삶을 가꾸는 애도의 힘11월 말 즈음을 정원사들은 ‘가지치기하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고 합니다. 이때에 가지를 쳐주면 나무들은 이듬해 봄에 더욱 건강하고 생동감있게 새순을 내놓는다고 하지요. 그 11월 30일에 홍대에 위치한 에서 행정안전부가 후원하고 (사)옵티미스트 클럽에서 주관하는 을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습니다. 저는 ‘삶을 가꾸는 애도의 힘’이라는 주제로 오프닝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1시간 특강을 들으시며, 어떤 분은 말없이 멈추지 않는 눈물을 하염없이 계속 닦아내셨고, 어떤 분은

“늙으면 다 아파.” 70대에 접어든 동네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이 말이 가슴에 박혀 너무 아팠다. 누구나 다 나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100세 시대가 올 줄 몰랐다며 미처 노년을 준비하지 못한 채 노년을 맞이한 분들은 당황스러워 하신다. 죽는 날만 기다린다는 말씀, 죽지 못해 산다는 말씀,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말씀....... 그분들이 좀 더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권리를 찾으셨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살아가는 이유가 하나쯤은 더 생기지 않을까? 동네 어르신. 강사가 되다!헌책방 한

단순하게, 산다샤를 바그네르 지음, 강주헌 옮김, 더 좋은 책 펴냄 적지 않은 나이를 먹고 또 한 해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삶은 녹록치 않으며 어렵게만 느껴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어떤 목표를 갖고 살아야 하는지, 얼마만큼 내 자신을 돌아다보는 성찰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중2때부터 결혼 전까지 15년여를 매일 일기를 쓰고 살았다. 행여 사정이 있어 못 쓴 날은 다음에 채워 넣는 한이 있어도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성찰했다. 일기를 써본 적이 20여년이 지났지만 이제 새해부터 다시 시작하려한다. 쓰고, 달리며 단순

바람 부는 날이 날기 연습하기 좋은 날백대현 에세이, 도서출판 밭 펴냄 내가 다니는 회사근처 정형외과 원장선생님이 책을 출간했다고 병원카운터에 안내문이 붙어있어서 한 권을 구매해서 읽은 후 사인을 받았다. 저자가 의사로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면서 삶에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가 갔다. 위기(危機)가 기회(機會)라는 말이 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위기라고 생각하고 냉철하게 점검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나이를 먹을 만큼 세월이 흐르면 당황스런 일들이 없을 줄 알았지만 올해도 여전히 당황스럽고 후회스러운 일들이 넘쳐난다. 또 이렇게 한

"봄이 오고 있다고? 그게 어떤 건데?아파서 방에 누워 있으면 그걸 볼 수가 없어.""그건 비가 오고 있는데 햇살이 내리쬐고,햇살이 내리쬐는데 비가 오는 거야.온갖 것들이 땅속에서 흙을 밀고 나오고 움직이는 거지." 지금 읽어도 참 아름다운 표현이네요. 어린 시절에 콩닥거리며 읽었던 소공녀, 소공자의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의 한 대목입니다. 12월의 봄을 준비하며표지를 보니 어디선가 ‘삐걱~~’하는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소녀 메리가 문을 열고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정원의 마술사, 타샤 튜더가 그림 그림이죠.

분절된 시공간을 잇는 우연의 리듬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상은 우연의 연속이다. 단지 스쳐갈 뿐이어서 특별하지 않다. 우연을 붙들고 멈춰 세울 때, 사건이 되고 서사가 발생한다. 비로소 흩어진 조각들이 맞춰지고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져 리듬이 된다.영화 는 단지 지나갈 뿐이었을지 모를 우연을 붙들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우연이 멈춰선 순간,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이 섞이며 사건이 된다. 한때 시를 썼던 윤영(박해일)은 길에서 우연히 송현(문소리)을 만나고, 그녀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손 편지를 참 많이 썼더랬다. 방학이면 우표를 잔뜩 사다 놓고 편지를 써 보냈다. 편지는 보낼 때의 기쁨도 크고 받을 때의 기쁨도 커서 답장을 받기라도 하면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메일의 등장으로 편지 쓰는 횟수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난 꽤 오랫동안 편지쓰기를 이어갔다. 키보드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모니터 앞에 앉으면 생각이 멈췄었다. 촌스럽게도 난 종이에 기록을 한 후에야 키보드로 옮겨 썼는데 이제는 펜보다 키보드가 훨씬 더 편하니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손 편지는 이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도서관을 넘기면 민주주의라는 숲에 다다른다”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뉴욕 공립 도서관은 세계 5대 도서관중 하나로 꼽히는 뉴욕의 명소다. 희귀본을 포함해 5,000만점 이상의 도서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세익스피어의 첫 작품집과 구텐베르크 성서도 이곳에 보관돼 있다. 1911년 개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본관 내 4개의 메인 도서관과 맨하탄,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 곳곳에 자리한 88개의 분점으로 이뤄져 있다.다큐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영화

< 탈상 >내일은 탈상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바람이 내려와어린 모를 흔들 때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아랫도리 서로 묶으며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남녘땅 고추밭햇빛에 몸을 말릴 적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붉은 고추가 익는다詩 허수경누구나 혼자 가는 먼 집 먼 집으로 떠났습니다.깊고 진한 사유의 시선과 탁월한 우리말 리듬감으로 시를 써온 허수경 시인이.지난 10월 3일, 암 투병 끝에 향년 54세로 독일 뮌스터에서 별세, 수목장으로 흙과 하나가 된 것입니다. 그

지난 밤 비가 많이 오시더니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바람도 제법불어 더욱 춥게 느껴진다. “얼음 얼겠어!” 외출을 하는데 경비아저씨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네~ 어느새 추워요~~~.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후 하늘을 쳐다보니 ‘캬~’ 기막히게 예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흠~~~~~~~~’ 하늘냄새를 맡았다. 냄새 또한 기막히게 좋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하늘에 하얀 구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다. 짧은 가을이 가기 전에 실컷 누려야지.지독히도 더웠던 지난여름. 한낮, 아스팔트 위를 걷노라면 ‘이런 게

골디~ 물 한잔 마시고 가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과 함께 한 드라마같은 네팔이야기글 황금명륜, 책틈 펴냄라이트 형제가 꿈꾸었던 비행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세상은 항구 중심으로 선박이 대륙과 대륙을 이동하는 중요한 수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룻밤만 비행기에서 자면 우리 선조들이 몇 년에 걸쳐서 이동하던 거리를 이동하는 마법이 펼쳐지고 있다. 저자는 미용회보에 글을 연재했던 인연이 있다. 저자가 머나 먼 네팔의 아이들과 인연을 맺고 그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kocoa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지음, 유유펴냄유도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는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업어치기 기술수련을 수없이 반복 수련한다. 고수는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기본 기술을 반복해서 점검하고 수련하는 엄격한 자기 검열 과정을 거친다. 이번 달 선택한 책은 교정 교열에 대해서 쓴 책이다. 나는 25년 동안 글을 쓰는 직업인으로 살아왔지만 글과 문장이 여전히 어렵다. 내게 글은 유도선수의 업어치기 기술처럼 반복 수련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두렵고 넘어야

“무섭지는 않지만 다시는 유치원을 못 볼 것 같아 속상해요.”2년째 서울상도유치원에 등원 중이었던 7살 아이는 다니던 유치원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어 아빠를 졸라 유치원 철거현장을 지켜보며 울먹였다고 합니다. “나쁜 어른들이 우리 유치원을 망가뜨렸어.”무너진 유치원을 본 한 아이는 울먹이며 옆에 있던 엄마에게 말했다고도 하죠. 요며칠 신문 사회면에서 상위 랭킹 뉴스가 된 ‘상도유치원 붕괴와 철거’사고를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네요. 지난 9월 6일 밤, 바로 옆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 옹벽이 무너져 근처 지반이 내려

신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유럽 영화의 신학적 질문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폭염이 지나고 바람이 분다. 비가 온다. 혹은 눈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불고 내리고 바뀐다고 믿을 뿐이다. 자연 현상은 과학적 규명 이전에 그냥 믿는 것이다. 사람의 영역에서는 줄곧 의심한다. 자연적이지 않은 행동이나 힘을. 초자연적 현상이라 부르는 것들. 순간이동이나 공중부양, 초능력 같은. 신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의 영역은 설명할 수 없다

돌이키고 싶은 순간 컴퓨터가 느려져 성능 좋은 새 하드디스크로 교체했다. 기존의 하드디스크는 저장용으로만 사용하기로 하고 그 하드디스크 내에서 일부 데이터를 옮긴 후 컴퓨터 재부팅을 했는데 하드디스크의 데이터가 모두 사라졌다. 무슨 일이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머리를 부여잡아도 소용없었다. 물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난 미련하게 다시 부팅을 해본다. 시간도 재부팅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돌이키고 싶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나는 많이 아팠다. 감기도 잘 걸리지 않던 터라 건강에는 자신

세상과 소통하는 뇌과학 이야기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송민령 지음, 동아시아 펴냄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문학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가슴속에 마음이 있다고 할 것이고 과학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뇌에 있다고 한다. 뇌는 몸을 지배하는 기관으로 크기에 비해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인간은 그렇게 중요한 뇌를 단단한 머리뼈로 보호한다. 아직도 인체의 신비 중 다 탐험하지 못하는 부분이 뇌이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beautyassn.or.kr

지난 7월 24일 태어나자마자 30분 만에 죽은 새끼를 나흘간 끌고 이동한다는 기사가 뇌리에 남아있던 중, 지난 8월 12일 위의 2차 기사를 접했습니다.자꾸만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새끼의 사체를 자신의 머리와 입으로 밀며 계속 물 위로 들어 올리는 행동을 보였던 ‘J35’라 불리는 범고래는 무려 17일간이나 캐나다 태평양 북서부 바다를 1610km를 이동하며 이어온 애도 행동을 드디어 마쳤다는 겁니다. 즉, 부패하기 시작한 새끼를 바닷속에 수장한 겁니다. 새끼를 잃은 비통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며 죽은 새끼를 애도하는 듯한 범고래의

“가족의 재구성,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영화 의 원제는 이다. 좀도둑 가족. 제목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한 ‘가족’은 주로 도둑질로 생계를 꾸려간다. 할머니의 연금에 부부들의 육체노동으로 얻는 노임도 생활비로 보태진다.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뜻하지 않게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할머니와 부부, 자매, 부모, 남매 등 유사 가족 형태를 띠고 있으나, 생계를 매개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연결돼 있을 뿐이다.고레에다 히

“선생님! 축제를 기획중인데 함께 하시죠!”지역의 대표 문화예술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생각지도 못한 요청이 놀랍기도 하고 어리둥절하여 그저 웃음만 나왔다.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바로 수락하지 못하고 있었더니 꼭 같이 하고 싶다며 우리의 책《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을 읽고 만든 코너라고 열심히 설득을 해왔다. 나서는 것이 영 어색한 남편과 나는 머뭇거리다가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로 수락을 했다. 몇 번의 회의와 리허설 끝에 시작된 Talk concert - 엄마의 책장. 엄마의 책장엄마는 책을 무척 좋아하신다. 학창시절,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달리기와 존재하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한문화 펴냄 2007년 6월 3일 처음으로 10km 달리기(57분 03초)를 도전했고, 풀코스 105번을 달렸지만, 여전히 나는 러너로 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산악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100km 이상)이라는 색다른 마라톤에도 빠져있다. 벌써 달력에는 올 연말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 대회의 스케줄이 적혀있다.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치지 않고 경지에 오르기는 싶지 않을 것이다. 삶의 변화가 필요할 때 달리기를 접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