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詩에는 아무것도 없다. 詩에는/남아 있는 우리의 生밖에./남아 있는 우리의 生은 늘 우리와 만난다/조금도 근사하지 않게./믿고 싶지 않겠지만/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 오규원 ‘용산에서’중 세월호 이전에 ‘용산’이 있었다. 도심 재개발 광풍 속에서 어이없는 희생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세입자와 경찰이 대치하던 중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 참사’다.오규원의 시 ‘용산에서(1978년

2017년 5월 10일 냄비를 잃어버렸다. 혼수로 샀던 그 냄비는 가장 많이 사용하던 편수 냄비로 애용하는 주방용품 중 하나다. 그런데 그 냄비가 아무리 찾아도 없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전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거름망을 받치고 나갔던 것이다. 어이없게도 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잠시 주차장을 다녀온 후 냄비와 거름망은 까맣게 잊은 채 그대로 들어 왔던 것이다. 기억이 났을 땐 이미 상황 끝! 설거지를 하면서 “아깝다”를 연발했더니 아이는 냄비와 거름망의 생김새를 묻는다. 나의 설명을 들은 아이는 “아~~~그거~~~ !” 그

생전의 모습을 꼭 빼닮은 장례식“나 죽으면 갖고 있는 옷 중에 제일 예쁜 옷으로 입고 와야 해.그리고 절대 울고 짜고 하지 마.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그러니 장례식도 경쾌하게 치르면 좋지 않겠어.충분히 근사하게 살다 죽었는데 뭐가 슬프고 뭐가 아쉬워?그리고 장례식장에서는 왜 흰 국화만 쓰는 거지?난 핑크나 빨강처럼 예쁜 게 좋아.하얀 국화꽃 대신 분홍 장미를 장식하고 음악도 탱고나 내가 자주 듣던 걸로 틀어줘.음식도 장례식장에서 파는 것 말고 근사한 메뉴를 짜야 하는데 그건 아직 생각 중이야….”해외 소설이나 다큐멘터리에 나오

2016년 겨울, 광장엔 사람들이 모였고 한 목소리로 정권 퇴진을 외쳤다. 30년 전인 1987년 6월에도 저항의 목소리가 컸다. 2016년은 2017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에 따른 권력 교체로 이어졌다. 반면 1987년은 시민들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으나 이후 이어진 야당 분열로 권력 교체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미완의 혁명’으로 불린다.영화 ‘1987’는 그런 ‘미완’으로 향하지 않고, ‘광장의 힘’에서 멈춘다. ‘승리의 기억’에서 다시 출발해보자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그래서 광장으로 모이는 과정을

오래전 어느 다큐 프로그램에서 중학생들에게 던진 질문 ‘엄마는 [ ]다.’ 아이들이 남긴 글에는 그 어느 하나 내가 생각한 대답이 없었다. 마치 도구로 전락되어진 듯한 느낌의 대답에 기가 막혔다. 훗날 내 아이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한 나의 대답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2016년 서점에서 책을 매개로 한 가족 간의 관계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루기도 한 내용 ‘엄마는 [ ]다.’를 통해 다시 한 번 엄마를.. 그리고 언젠가는 다가올 그날의 나를 들여다본다. 너무나 편한 대상난 ‘늙는다’는 표현이 너무

삶은 수많은 상실과 회복의 이야기로 구성된다.2018년 새해를 맞이하며 콘텐츠 큐레이션에서는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상실 그리고 애도의 가치를 사색하고 싶었다. 그 사색의 본질은 사람이란 끊임없이 형성되는 존재로서 결코 완성되는 존재가 아님을 인정하며 회복해나가는 인문콘텐츠를 담고자 한다. 글로 만나는 타자화된 상실과 애도 이야기로 내가 잊고자한 혹은 잊고 있던 상실의 기억을 잘 애도하여 회복과 통찰의 진면목을 함께 만끽하는 한 해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묘지는 삶과 죽음의원형질을 품은 공간우리는 저마다 살아있음을 강

한동안 생각지도 못한 일로 힘에 부쳤었다. 할 일이 많았지만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하기 싫었다. 그런 내게 선물이 필요했다. 남편과 아이가 빠져나간 후 어수선한 식탁을 앞에 두고 에스프로소잔에 밀크커피를 진하게 마시며 멍~~~하니 앉아 나에게 기쁨이 될 만한 일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렇다! 나에겐 내 맘대로 해도 좋을 ‘집’이 있었다. 움직이는 동선에 맞게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가구의 재배치로 인한 조명의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얻어온 물건의 색을 바꿔 집에 어울리도록 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난 페인트 붓을 잡거나 가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시(詩)는 음악이나 그림처럼 느낌으로 받아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이 어우러진 영화는 그래서 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다. 두 명의 미국 시인을 다룬 과 은 시를 전면에 드러낸 영화다. 시대를 앞서간 두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다뤘다.두 영화는 인물의 움직임과 시를 병치시켜, 영화 전체를 시에 다다르는 과정으로 그리고 있다. 어떤 국면에 이르렀을 때, 주요 시가 극중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전달되며 자막으로도 배치된다는 점에서다

원장이 좋아하는 직원, 직원이 좋아하는 원장 (다섯번째 이야기)민감한 주제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으나, 내년 2018년 최저임금은 1,060원(16.4%) 상승한 7,530원으로 월 1,573,770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2020년까지 인건비를 꾸준히 상승시켜 시급 만원까지 올릴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 그에 맞는 대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내년 2018년에는 정부에서 1인 13만원까지 지원하니 이 부분도 어떻게 받는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예전에는 미용 기술만 있으면

2017년 역시 다사다난했던 한 해이지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은 매년 똑 같은 느낌입니다. 올 해 초부터 미용회보에 짧지만 최대한 이해하시기 편하게 시도한 글을 올린 것도 벌써 1년이 다 되갑니다.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번 칼럼은 새로 무엇인가를 알려드리는 것보다 그 동안 알려드렸던 칼럼을 바탕으로 다시 재 검토하고 마무리하려 합니다. 만약 미용사로서 또는 경영자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다면 가장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이 제일 빠른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1월 미용실 마케팅의 성패는 '시장성에 맞

따르릉~~~ “네~ 한미서점입니다. ” “여보세요? 여기 ** 경찰서 강력계인데요. 범인이 한미서점에서 책을 훔쳤다고 자수를 했으니 책 가지러오세요~” 강력계란 말도 범인이란 말도 낯설기만 했기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더니 다시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수한 범인이 2007년부터 5년 여간 400여권의 책을 훔쳤는데 그 중 한미서점에서 50여권의 책을 훔쳤다는 것이다. 경찰서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을까? 난 우리 책은 가격을 스티커로 붙여 놨는데 그 책들이 있느냐 되물었다. 스티커야 떼면 되는 거 아니냐며 답답해하는 기색이 역

*영화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우리는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지만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 을 통해 사실과 진실이라는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정지우 감독영화 은 법정 드라마의 틀을 지닌 멜로드라마라 할 수 있다. 법정드라마는 사실관계를 다투는 게 핵심이다. 결과를 놓고 원인을 추적해가는 것이 얼개다. 사건과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 말들의 얽힘, CCTV같은 명백한 증거 등이 섞이며 긴장을 일으킨다. 보이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얘기다.도 처음엔 ‘보이는 사실’

“장소는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물질로 버텨주는 형태의 존재“당혹스러웠다.10여 년 간 이용해온 동네 전철역 출구 앞에 서 있던 건물이 하루 사이에 헐리며 시간을 함께해온 주변 건물들이 이빠진 아이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다.대형마트가 생기며 봐온 노포들의 사라짐이 새삼스럽게 낯선 풍경이라서가 아니다.출근길에 본 건물이 포토샵으로 쓱~지운 듯이 퇴근길에 몽땅 사라졌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본 건물이고 오랜 세월을 지나치며 본 건물인데도 어떤 점포가 있었는지 순간 삭제된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이번 호에는 미용실에서 해야 할 것 중 아침 조회와 회의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미용실을 오픈하기 전에는 많은 계획을 세운다. 그 중 하나가 회의다. 많은 원장들에게 경영교육을 하면서 회의가 필요한가라고 물으면 하나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회의를 하고 계세요?”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은 하고 있지 않다. 이유인즉 회의 때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종종 각 지역 매장에 업무상 방문하면서 매장 체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직원 중에서 명찰을 착용하지 않은 직원들이 간혹 보인다. 그 직원

오랜 경험을 해보신 미용사라면 미용실의 매출을 단기간에 올린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에 공감하시리라 여겨집니다. 특히, 소형살롱일수록 고객을 맞이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고객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인 것이지요.미용실의 매출은 어느 날 갑자기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유명 연예인이 다녀가거나 매스컴에 나오는 특별한 행운이 있지 않은 한 다른 사업체와 마찬가지로 매달 점점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입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1년 전이나 최소한 6개월 전부터 꾸준히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누구세요? 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아내라고 말하는 남편은 한미서점의 주인이다. 진도9, 진앙지는 가슴 중앙. 내 몸의 피를 몽땅 빨아들여 자기 혼자 뛰어나가 살겠다고 요동치는 심장을 무시하며 시작된 인연의 매개체는 다름 아닌 책이었다. 2007년 8월, 거의 출근하다시피 한미서점을 들락거렸던 난 매번 책을 사면서 그 남자의 시선이 부끄러웠다.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는 않나?‘ 하는 의심을 할까봐 한... 다섯 번째 쯤 되었을까? 난 내방 책장에서 판매할 몇 권의 책을 골라갔다. 구차하지만 난 그 남자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