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06 - 아름다움의 구원
이달의 책 106 - 아름다움의 구원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0.08.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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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는 아름다움과 어떤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을까? 미는 달콤하고 부드럽고 자유롭고 매끄러운 속성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것들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때로는 미는 연약한 것 같지만 권력이 되기도 하고 능력이 되기도 한다. 아름다움이 내 삶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서영민 홍보국장 ymseo36@hanmail.net

 

제프 쿤스는 예술이란 오로지 ‘아름다움’과 ‘기쁨’과 ‘소통’일 뿐이라고 말한다. p12
▶▶ 인간은 왜 예술에 집착할까? 좁은 선입견인지 모르지만 인간만이 예술을 향유하고 예술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예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왜 인간은 예술에 끌리고 집착하고 인생의 목표로 삼는가? 여기서는 예술의 본질을 아름다움 기쁨 소통으로 말하고 있다. 이 세 가지 감정들은 예술의 창작자나 예술을 향유하는 타자가 함께 느끼는 감정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제모된 피부는 포르노그래피에 적합한 매끄러움을 몸에 부여해준다. 그리고 이런 매끄러움은 순결하고 깨끗하게 느껴진다. 청결과 위생에 사로잡힌 오늘날의 사회는 부정성의 모든 형태에 대해 역겨움을 느끼는 긍정사회다. p21 
▶▶ 인간의 진화는 매끄러움으로 향해 나아가면서 동물과는 다르게 옷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순결과 깨끗함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더 많은 부정성을 보게 한다. 매끄러운 머릿결 매끄러운 피부는 인종과 상관없이 매력적으로 여긴다. 매끄러움에 대한 선호는 심지어 말도 매끄럽게 한다고 표현한다.  

정보는 지식의 포르노그래피적인 형태다. 정보에는 지식의 특징인 내면성이 없다. 지식은 흔히 일정한 저항을 극복해야만 쟁취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지식에는 부정성 또한 내재한다. 지식은 아주 다른 시간 구조를 갖고 있다. 지식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펼쳐진다. 이에 반해 정보에 내재된 시간은 무차별한 현재 지점들로 구성된, 매끈해진 시간이다. 사건도 운명도 없는 시간이다. p23
▶▶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것들이 모두 지식으로 쌓이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정보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하드에 저장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한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지식은 지혜로 나아가는 내재된 힘이 있지만 정보에는 지혜로 나아가는 힘이 없는 것 같다. 정보는 그냥 내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미각에 있어서 매끄러움에 상응하는 것은 달콤함이다. “후각과 미각의 경우에도 이 감각들에 좋은 느낌을 주고 일반적으로 달콤하다고 불리는 모든 사물들이 매끄러운 본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p33
▶▶ 달콤함에 연관되는 단어는 부드러움이다. 아주 딱딱하고 단단한 것이 달콤한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곡물이나 먹거리를 가루로 만드는 기술이 발달한 이후에 달콤함은 부드러움을 동반한다. 

디지털 미는 자연미에 대립한다. 디지털 미에서는 타자의 부정성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 그래서 그것은 전적으로 매끄럽다. 그것에는 어떠한 균열도 있어서는 안 된다. 부정성 없는 만족, 다시 말해 내 마음에 든다라는 것이 디지털 미의 징표다. 디지털 미는 어떠한 낯섦도, 어떠한 비동일성도 허용하지 않는, 동일한 것의 매끄러운 공간을 형성한다. p43
▶▶ 디지털 미가 인간의 심리적 힐링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접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디지털 미가 시각적으로 찰나의 힐링을 줄 수 있지만 심리 전반에 몸의 세포들을 이완시키는 힐링은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의 울창한 숲을 띄우고 바라보는 것과 그 숲속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은 너무도 다르다. 

감수성이란 상처 입을 수 있음을 뜻한다. p54
▶▶ 감수성이 예민하면 상처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하지만 상처가 창작의 원동력이 될 때도 있고, 상처가 성장이라는 과정속에 혼재되어 있을 때도 있다. 

미에는 허약함이, 연약함이, 부서짐이 내재한다. 미가 매력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부정성 덕분이다. 이에 반해 건강한 것은 매력이 없다. p69
▶▶ 억세고 강하고 거친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수일 것이다 미에 내재하는 허약함이나 연약함 부서짐은 강한 보호본능을 유발시킨다. 

건강함과 매끄러움을 절대화하는 오늘날의 미의 통치Kalokratierk가 바로 미를 철폐한다. 그리고 오늘날 히스테리적인 살아남기의 모습을 띠게 된 단순하고 건강한 삶은 죽은 것으로, 좀비로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살기에는 너무 죽어 있고, 죽기에는 너무 살아 있다. p70
▶▶ 나는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중장년 남성들에게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의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삶이 건강하고 단순함 삶이다. 환경적으로 많은 관계들을 단절시키고 자신과 자연, 반려견만이 소통 대상이다. 젊은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때 너무 죽어 있는 것들, 죽기에는 너무 살아 있는 욕망과 계획들. 그 중간 지점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19세기에는 중산층 여성들이 섹스어필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을 때 매력적이라고 여겨졌다. 아름다움은 육체적이자 정신적인 속성으로 이해되었다. (…) 성적인 매력 그 자체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p74
▶▶ 지금의 섹스어필은 철저히 눈앞의 실제보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대변된다. 스마트폰에서 관계들이 얽혀 있는 SNS 상에서 떠돌아다닌다. 성적매력이 권력이 되기도 하고 능력이 되기도 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견고한 개성은 네트워크화하기 힘들다. 그것은 연결능력, 소통능력이 없다. 네트워크와 세계화, 소통의 시대에 견고한 개성은 그저 장애이자 단점일 뿐이다. 디지털 질서는 새로운 이상을 예찬한다. 그 이상이란 바로 개성 없는 인간, 개성 없는 매끄러움이다. p77
▶▶ 견고한 개성은 부적응자라는 낙인이 찍히기가 쉽다. 디지털질서는 일단 디지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음에도 그들을 네트워크 밖에 괴짜로 분류해버리고 만다. 

미는 자유와 화해를 약속한다. 미 앞에서는 욕망과 강제가 사라진다. 그래서 미는 세계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로운 관계를 가능하게 해준다. p86
▶▶ 아름다움은 최소한 추함보다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공간을 더 갖는다. 

영단어 페어fair의 의미는 다차원적이다. 그것은 정의롭다는 뜻과 함께 아름답다는 뜻도 지닌다. p91
▶▶ 스포츠에서도 페어플레이를 아름다운 플레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움은 도덕적 정당성과 정의 쪽에 더 가까워야 한다. 불륜이 사랑일 수는 있어도 아름다운 사랑이기는 어려운 것도 같은 이치 같다.  

폭로극은 포르노그래피적이다. 원칙적으로 폭로될 수 없는 비밀들이 에로틱하다. 이 점에서 에로틱한 것은 은폐된, 숨겨진 정보들과는 다르다. 이것들은 폭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리나 투명성으로까지 나아가는 폭로야말로 포르노그래피적이다. p95
▶▶ 폭로를 하는 입장에서는 팩트 사실이라는 정당성의 방패를 갖고 있기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폭로는 반향을 일으키는데 긍정적인 반향일지, 부정적인 반향일지 폭로 이전에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람과 묻어둘 것은 묻어두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격정은 한 순간에만 제한된다. 감정만이 대화적인 것에, 타자에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공감, 즉 공통감정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공통감흥이나 공통격정이라는 것은 없다. 격정이나 감흥은 모두 개별화되고 독백만 하는 주체의 표현이다. p97
▶▶; 격정이나 감흥은 강력한 에너지를 발휘하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의 공허를 남겨놓는다. 그래서 격정이나 감흥은 짧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지만, 공감은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족이, 좋아요가 지배하는 시대는 에로스가 없는, 미가 없는 시대라고. 
진리의 생기로서의 미는 생산적이고, 산출적이며, 나아가 창작적이다. 그것은 볼 것을 준다. 이 선물은 아름답다. 제작된 것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진리의 드러남이 아름답다. 미는 관심 없는 만족까지도 초월한다. p114
▶▶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좋아요를 누른다. 또 많은 좋아요를 받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그냥 의무적으로 누르고 받는 이모티콘으로 전락하고 만다. 미는 관심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빛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몸을 가꾸고 싶고, 아름다운 말을 하고 싶고, 아름다운 관계 속에서 살고 싶고, 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싶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에도 인생은 너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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