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문화탐구 ⑨ - 때가 됐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될 때
일상문화탐구 ⑨ - 때가 됐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될 때
  • 미용회보
  • 승인 2020.08.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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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가?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일

나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에 대해 생각한다.
옷들이 공손하게 옷장 안에서 기다리는 일.
비누가 접시 위에서 조용히 말라 가는 일

 詩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중 / 팻 슈나이너

 

▲ 그림 출처 : 픽사베이
▲ 그림 출처 : 픽사베이

평범한 사물이 주는
평범한 일상의 평화

일상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평범한 사물에 대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시를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다. 사물의 기능, 가격, 역사, 디자인, 브랜드를 걷어내고 온전히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시인의 시선에 마음을 빼앗겨 틈나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일도 몸도 마음도 관계도 간결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삶의 방향성을 느리지만 조금씩 틀어가고 있다. 한 번에 해치우는 청소가 아니라 생활습관으로 생각과 몸에 스며들도록 천천히, 조금씩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비워내는 중이기에 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소리 내 낭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담백하게 정리된 공간의 제 자리에서 기다리는 사물들의 풍경이 그려진다. 

올해는 기상관측 사상 역대급으로 길었던 장마로 산사태와 침수 등 안타까운 자연재해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고슬고슬한 밥을 지었을 밥통,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뉘었을 침대 등 수많은 가재도구, 아이의 책가방 등 일상의 물건들이 폭우로 떠다니는 뉴스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 평범한 사물들이 제 자리를 견뎌내며 기다려주는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 여름이었다. 그렇다. 시인의 말처럼 그것은 사랑이다. 삶은 어쩌면 평범한 것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우기 시작하며 무한한 인내심으로 기다려준 일상의 공간과 더없이 소박한 사물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중이다. 

비우니 뷰가 보인다
비우니 내가 보인다

이 글을 쓰며 집을 둘러본다. 두 달 전과 달라졌다. 아직 다른 집으로 보일 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TV 정리프로그램에서는 정리전문가가 나와 며칠 만에 드라마틱하게 다른 집으로 만들어주지만, 일상의 우리는 서두를 필요 없지 않은가. 필자는 1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하고 천천히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정을 충분히 생각하고 질문하며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더 세밀하게 조준해나가고자 한다. 정리수납전문가가 직업군으로 활동할 정도로 불필요한 것을 버리라고 말하는 현대 소비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결국은 정리는 시작일 뿐 삶의 방식과 철학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기 위한 정리의 주체는 또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할 것이다. 타자에 의해 떠밀려 정리하는 행위로는 물건은 잠시 제자리를 찾는 듯 보이겠지만 일시적인 방편에 그칠 수도 있다. 

비우면 뷰(view)가 보인다. 나의 경우에는 가장 비우기 어려운 품목이 ‘책’이다. 책에 대한 과도한 욕구 때문이다. 늘 주기적으로 읽은 책을 중고로 팔거나 기부하면서 내가 정한 적정량을 유지하며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장이라는 수납공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어느새 책장의 틈새마다 책으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이번엔 전략을 바꿨다. 아예 ‘책장’을 기부하며 집에서 비우자 동시에 그 책장만큼의 책도 비워야 했다. 그야말로 비우니 뷰가 보였다. ‘언제 다해? 그냥 이대로 살아’라고 하며 움직이지 않았으면 못 느꼈을 여백을 얻었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골라내며 내가 보였다. ‘이 책은 다시 읽고 싶은가? 이 책은 왜 샀더라? 이 책은 간직하고 싶어···’ 등 책과 연결된 나라는 사람의 지나온 삶의 시간이 보였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내가 되고,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늦은 때란 없다. 바로 지금이다. 주체적으로 천천히 비워나가면 분명히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간결한 삶이란 적게 소유하며 사물의 본질과 핵심으로 통하며 가장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간과 사물, 공간과 사람 사이의 그 느슨하지만 충분한 연대감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 사진 출처 - 김도경
▲ 사진 출처 - 김도경

 


심플함을 지향하면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편견과 구속,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우리가 가진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심플한 삶에 있다. 
그런데 심플한 삶이라고 해서 심플하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딘 변화의 시기를 거치고 나서야 심플한 삶에 이를 수 있었다. 
그 변화란 바로 적게 소유하는 대신 더 유연하고 자유롭고 
가볍고 우아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커지는 것이었다. 
나는 물건을 많이 치워 버릴수록 
꼭 필요한 물건은 적어진다는 점을 차차 깨달았다. 
사실 살아가는 데는 아주 약간의 물건만 있으면 된다. 

<심플하게 산다> 도미니크 로로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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