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문화탐구⑪ - 작지만 강한 몸의 힘, 리추얼
일상문화탐구⑪ - 작지만 강한 몸의 힘, 리추얼
  • 미용회보
  • 승인 2020.10.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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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맞이하며
나를 지키는 의식

해가 떴다. 감은 눈 위로 떨어지는 햇살을 느끼며 손을 뻗어 작은 라디오를 켠다. 눈을 감은 채로 음악을 들으며 밤사이 굳은 몸뚱이를 이리저리 버둥거리며 풀어준다. 여러 번의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어느 계절 가릴 것 없이 아침이면 몸을 일으키는 것이 몹시 힘들다. 좌우로 천천히 굳은 목을 돌려주고 고관절을 돌리고, 팔다리를 들어 진동을 주며 흔든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감각이 원활해지도록 움직여준다. 굳어있던 몸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졌다. 비로소 눈을 서서히 뜬다. 머리맡에 있는 종이에 적어둔 짧은 시 詩를 낭독하는 것으로 오늘 하루의 첫 목소리를 낸다. 전체 시간은 평균 5분 남짓이다. 이것이 ‘오늘’이라는 삶을 맞이하며 내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꺼내 반복하는 나의 의식이다. 즉, 리추얼(Ritual)이다. 

그림  - 픽사베이

작지만 단단한반복적인 몸의 힘
『리추얼』에서는 하루를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습관 혹은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행동이라고 한다. 이 견실한 습관은 정신적 에너지를 몸에 밴 반복 행위에 쏟고, 감상의 폭정이 끼어들 틈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즉,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이며, 보통의 시간을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드는 몸의 힘이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나의 하루를 잠시 떠올려보기를 권한다. 굳이 ‘리추얼’이라 말하지 않아도 의식적으로(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 있는가? 딱히 없다면 지금, 나를 관찰하며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 집안의 공기와 바깥의 공기가 서로 흐르게 하는 행위도,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본 그날의 하늘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것도, 그날 하루 처음 먹는 밥 한 그릇에 짧지만 깊은 묵상을 하는 것도, 매일 새벽에 달리기 전 운동화 끈을 묶는 그 순간이 내게 의미 있다면 나만의 의식으로 여기면 되는 것이다. 리추얼이란 자신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돌봄을 하는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베토벤에겐 커피 60알은 
60개의 영감(inspiration)

2020년은 ‘음악의 성인(聖人)’이라 불리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어느 해 보다 베토벤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음악으로 온통 물든 베토벤의 격정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250년 전 그가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커피에 대한 그의 습관이 인상적이었다. 커피에서 숫자 ‘60’은 베토벤 넘버로 통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베토벤은 커피 한 잔을 끓일 때마다 60알의 원두를 일일이 세어 넣은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원두 60알의 무게는 대략 7~10g인데 보통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량과 같은 무게라고 한다. 궁정 음악가로 활동하거나 귀족들의 후원을 받는 생활을 했더라면 경제적인 부분에서 그렇게 궁핍하고 힘들게 살지 않았을 베토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피아노 다섯 대와 함께 39번이나 이사를 하며 평생을 가난과 싸웠다.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악보를 일일이 기재했던 그는 커피 맛에서도 자신의 미각에 충실하게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완벽주의자였나 보다.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찾아온 난청은 유서와 같은 편지를 가족에게 보낼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고통을 견디며 10개의 교향곡과 무수히 많은 협주곡, 소나타 등을 남긴 베토벤.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고도 <합창 교향곡>이라는 불멸의 곡을 남긴 음악가로서의 그의 분투는 처절했다. 그가 ‘아침의 벗이여’라 칭한 커피. 매일 아침, 60알의 커피빈을 직접 한 알 한 알 세어 갈아 마신 그만의 의식이 고통스러웠던 그를 위로하고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리추얼, 반복된 행동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삶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작지만 단단한 몸의 힘이라 믿으며, 나는 아침마다 버둥대고, 낭독한다.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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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아 2020-10-27 23: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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