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별이 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생활수필 - 별이 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김시연
  • 승인 2021.04.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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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그리고 점자

드디어 책이 나왔다. 2020년 12월에 나왔어야 할 책.
해마다 서점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의 과정을 그러모아 책을 만들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공간에 변화를 준 덕분에 계획했던 것들을 실행할 수 있었다. 가족을 대상으로 했던 일상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개인의 문집으로 완성하고, 시각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이었던 <손끝으로 여는 세상 - 詩로 나눠요>는 '과정 기록'과 '시'를 별개의 책으로 만들기로 했다. 과정의 기록에는 시각장애 인식개선에 대한 내용과 참여한 사람들의 후기 등을 넣고, 시집에는 점&#8231;묵자 혼용 시와 손자수로 수놓은 점자 사진만 넣어 시집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점자로 출간된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모두가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책을 만드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다. 특히나 점자책은 더 그렇다. 2019년에도 점&#8231;묵자 혼용책을 만들었기에 과정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알맞은 제작처를 다시 찾아야 했다. 그때 제작했던 곳에서 우리의 작업이 단순하지 않음을 경험했던 터라 더 이상은 제작할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점자책 제작 과정은 묵자 책 제작 과정과 달라 전문적인 제작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점자책 제작처에서는 기존의 방식 외에는 시도 해본 일이 없다. 그저 하얀색 종이 위에 점자만 출력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어차피 제작처를 바꿔야 하니 이번에는 천공 점자 대신 좀 더 시각적인 요소를 넣어 다른 방식으로 점자 인쇄를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예산으로는.......’이라는 단서가 붙으며 불가능 하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제작처에서 예상 밖의 답변을 들었기에 막막할 수밖에.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은 불변이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제작처를 찾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을 걸려 찾은 그곳에서도 처음 기획대로는 할 수 없다는 답변뿐. 한 페이지 당 제작비가 4만 원이란다. 입이 쩍 벌어지는 견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권당 가격도 아니고 페이지 당 가격이 무려 4만 원이라니. 할 수 없이 가장 보편적인 제작 방식인, 천공점자로 바꾸기로 하고 작업된 파일을 모두 수정했다. 결국 해를 넘겼다. 그래도 2021년 1월에는 완성된 책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또다시 문제 발생. 종이 때문이라고 했다. 종이를 바꿔도 되겠느냐고....... 

지구의생(한미서점의 출판사 이름)에서 만드는 책은 재생지를 사용하고 콩기름으로 인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헌책방이라는 곳이 자원이 순환되는 곳인데 이왕이면 벌목하는 나무의 수를 줄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원하는 방식을 고수할 수 없었다. 그나마 어렵게 찾은 곳이 디지털 인쇄(그동안에는 옵셋 인쇄로 진행했다)를 하면서 점자 제작이 가능한 곳이라 예산에 맞출 수 있었는데 콩기름 인쇄는 디지털 인쇄 방식을 취하는 그곳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했기에 결국 포기. 어떤 사장님은 내게 그러셨다. “그냥 콩기름 인쇄했다고 그래요~ 아무도 몰라요.” 그건 거짓이다.
‘종이라도 재생지를 사용할 수 없을까?’ 제작처에서는 일반적인 종이만 사용해봤다고 했지만 담당자와 합의 후 재생지 사용가능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몇 가지 샘플 종이를 구매 해 제작처에 보냈고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며칠 후, 묵자와 점자가 인쇄 된 샘플을 확인 한 순간 입 꼬리가 올라갔다. 미미하지만 종이에서 느낄 수 있는 온도차를 확인하며 수많은 고민 끝에 내지를 최종 결정했다. 표지는 천공 점자가 가능한 최대 두께를 확인하고 360g의 보드지로 선택했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점자책 제작처의 담당자와의 조율한 후 결정한 사항이다. 그런데 표지를 바꿔야겠다는 연락이 뒤늦게 왔다. 하.......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더군다나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연락을 취해 해결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 쪽에서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으시니 많이 답답했던 시간이다. 
 

 

표지로 골랐던 종이가 제본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별 수 없이 다시 종이를 골라야 했다.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모든 감각기관을 곤두세워 모니터 화면 너머의 종이를 살폈다. 색상, 재질, 평량, 가격. 다양한 종이를 넘겨보다가 240g의 하늘색 재생지로 결정했다. 240g이라는 *평량이 표지로는 얇을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예산만 조금 더 허락했다면 하드커버로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참으로 많은 고비를 넘겨 제작 3개월 만에 드디어 책으로 받았다. 긴 제작기간으로 보아 제작처의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짐작한다. 
 윤동주 시인의 ‘최초의 점자시집’은 많은 어려움 끝에 ‘세상에 단 100권뿐’인 점&#8231;묵자 혼용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비록, 제본의 한계와 인쇄의 한계가 드러나 완성된 책은 아쉬움이 남지만 점자책의 제작 과정을 알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제작처와 발행처에서 머리를 맞대어 앞으로 해결방법을 연구해야 할 과제로 남겨둔다. 그나마 재생종이가 살렸다. 덕분에 프로젝트 참여자들이나 연세대 윤동주 기념관 및 유족분도 매우 흡족해 하셨다. 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 일인가.

*평량은 가로 1m X 세로 1m의 종이 무게를 g(그램)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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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2021-04-28 11:56:28
순간순간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을까요.
대단하시고 정말 멋집니다.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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