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 블랙 위도우
시네마 리뷰 - 블랙 위도우
  • 신대욱
  • 승인 2021.08.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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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간 연대 이끄는 빛나는 액션

*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블랙 위도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4번째 영화다. MCU는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창조한 거대한 영화적 세계를 일컫는다.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다양한 슈퍼 히어로들을 동시대 활동 공간으로 접점을 만들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된 서사를 바탕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세계다. 그래서 지금까지 영화화된 24편의 서사들은 각 히어로들의 일대기이면서도 서로 연결돼 있다.
<블랙 위도우>는 MCU 영화의 시간 순서상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사이의 이야기다. 어벤져스 멤버인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는 대부분의 마블 히어로들과 달리 초능력보다 고도의 훈련을 통해 신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캐릭터다. 마블 영화중 흔치 않은 여성 히어로이기도 하다. <아이언맨2>에 처음 등장한 이후 7편의 MCU 영화에 출연했다. 어쩌면 이번 영화는 <아이언맨2> 이후 10여년에 이르는 블랙 위도우의 여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헌사와도 같다. 이미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퇴장한 바 있다. 지난 10여 년간 활약해온 그녀를 제대로 떠나보내기 위해 첫 솔로무비로 예우해주는 셈이다.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의 멋진 퇴장

전직 KGB 요원이자 어벤져스 일원인 나타샤 로마노프, 일명 블랙 위도우는 지난 10여년간 MCU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왔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래서 블랙 위도우는 다른 히어로들 사이에서 늘 혼자처럼 보였다. 이번 영화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블랙 위도우의 과거와 가족사, 성장 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95년 미국 오하이오, 10대 소녀 나타샤는 6살 여동생 옐레나, 엄마 멜리나(레이첼 와이즈), 아버지 알렉세이(데이비드 하버)와 함께 살고 있다. 나타샤와 가족들은 그들을 쫓는 무리를 뒤로 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쿠바에 도착한다. 쿠바에 도착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나타샤와 옐레나는 레드룸으로 끌려간다. 레드룸은 어린 여자 아이들을 스파이이자 킬러인 ‘위도우’로 양성시키는 KGB의 기관이다. 이곳에서 혹독한 훈련을 통과해야 최정예 위도우가 된다.
나타샤의 부모는 소비에트연방 체제의 엘리트들로, 실은 스파이 임무를 띠고 미국에 잠입해 활동하던 이들이다. 나타샤와 옐레나도 스파이로 키울 목적으로 납치해 위장 가족을 형성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나타샤도 처음에는 최정예 KGB 스파이로 요인 암살 요원으로 활동하다 전향해 어벤져스에 합류한다. 그 과정에서 부다페스트 사건이 언급된다. 부다페스트 사건은 나타샤가 어벤져스 합류를 위한 마지막 미션으로 부다페스트에서 빌딩을 폭파시켜 레드룸의 수장 드레이코프를 처치한 것을 말한다. 블랙 위도우는 그때 드레이코프의 어린 딸도 함께 폭발에 휘말리게 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어벤져스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혼자가 된 블랙 위도우는 20년 전 헤어진 여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와 재회한다. 이 과정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레드룸이 아직도 건재하며 드레이코프도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레드룸이 화학적 방법을 통해 세뇌한 위도우들이 강력한 살인무기로 계속 양성되고 있다는 것도 전해듣는다.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든 어린 딸(안토니아)은 ‘태스크마스터’란 강력한 빌런으로 되살아난 것도 알게 된다. 나타샤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기 위해 옐레나와 함께 레드룸을 없애고 세뇌당한 위도우들을 구하려 한다.
<블랙 위도우>는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본 시리즈>와 닮았다. 조력자를 통해 신분을 위장하고 은신처에서 추적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등 상당 부분의 첩보물 공식을 <본 시리즈>에서 가져왔다.

차기 블랙 위도우, 플로렌스 퓨의 화려한 등장

무엇보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은 여성들이 주도한다. 나타샤를 비롯해 동생인 엘레나, 엄마가 힘을 더한다. 그런 점에서 <블랙 위도우>는 연대를 통해 억압된 여성을 깨어나게 하는 여성 서사로 읽을 수 있다. 음울하게 그려진 오프닝은 억압된 여성들을 상징한다. 오프닝은 레드룸에 갇힌 여자들을 스케치하며, 나타샤가 위도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빠르게 압축해 보여준다. 신예 여성 가수 말리아 J가 부른 너바나의 명곡 ‘Smells like teen spilit’이 오프닝에 사용됐는데, 몽환적이면서도 음울한 기운을 자아내며 강렬하게 다가온다. 

<블랙 위도우>는 여성 감독(케이트 쇼트랜드)부터 주요 배우들, 싸워야 할 대상까지 대부분을 여성으로 채우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싸우는 적은 무찔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깨워서 함께 안고 가야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실제 싸움의 대상은 레드룸과 그 수장인 드레이코프다. 나타샤가 레드룸과 세뇌에 빠진 위도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동생 옐레나를 통해서다. 옐레나는 그녀가 적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탈한 위도우(옥사나)가 뿌린 해독제를 통해 깨어났다. 그러니까 옥사나가 옐레나를 깨우고 옐레나는 나타샤를 일깨우게 된 셈이다. 나타샤는 세뇌에 빠진 태스크마스터를 깨우게 되고 수많은 위도우를 구하게 된다. 나타샤는 태스크마스터의 가면을 벗기고 그녀의 이름인 안토니아를 불러준다. 그러면서 “너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어”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전체 주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서로를 도우면서 함께 나아가는 연대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은 “이 영화는 본인의 인생을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나아가는 여러 가지 여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성 서사와 함께 가족애도 강하게 드러나 있다. MCU 영화는 형제나 자매, 부자, 부녀, 유사 가족에 이르기까지 가족 관계를 중요한 주제로 다뤄왔다. <블랙 위도우>도 유사 가족 관계를 통해 가족애에 대한 강한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나타샤와 옐레나는 친자매가 아니다. 부모도 친부모가 아니지만 대안 가족으로 잠시나마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 기억을 공유한다. 무엇보다 옐레나는 어릴 적 기억을 실재하는 가족 관계로 생각한다. 결국 공통의 추억을 통해 다시 결합하고 힘을 합치게 된다.
<블랙 위도우>는 다른 MCU 영화보다 여성 연대나 가족애 등의 주제의식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액션은 상대적으로 약한 느낌을 준다. 그렇더라도 카체이싱이나 격투 씬, 고공 액션 등은 박진감 넘친다. 무엇보다 이제 퇴장하는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을 이보다 멋있게 그려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차기 블랙 위도우로 예고한 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도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나오는 쿠키 영상에서 그녀의 활약을 예고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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