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 모가디슈
시네마 리뷰 - 모가디슈
  • 신대욱
  • 승인 2021.09.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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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내전 속 남북 합작 탈출기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한 외교관들이 서로 합심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2년간 소말리아를 통치해온 바레 정권이 반군에 밀려 축출될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치안 질서는 무너져 약탈과 방화, 총격전이 난무하는 혼란 속에서 외교관조차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없던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말리아 내전뿐만 아니라, 냉전 분위기 속에서 남북한이 UN 가입을 둘러싸고 다수의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에서 벌이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당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본격적인 내전이 벌어지기 1년 전인 1990년이다. 남북 외교관들은 소말리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발하게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한신성 주소말리아 한국 대사(김윤석)와 안기부 출신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공수철 서기관(정만식)은 소말리아의 바레 대통령과 핵심 권력층을 상대로 활발하게 UN 가입 지지 로비에 나선다. 하지만 번번이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의 수완과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의 계략에 한발 뒤처진다.
그러는 사이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려는 반군의 공략이 거세지면서 내전으로 번진다. 통신은 끊기고 거리는 방화와 총격전으로 아수라장이다. 대사관마저 반군의 공격대상이 되자 한국 대사관은 강대진 참사관의 기지로 소말리아 정부군의 경비 지원을 받게 된다. 그 즈음 북한 대사관은 반군의 공격으로 갈 곳을 잃고 결국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생생한 현장감, 탈출 과정 긴박하게 묘사

영화 <모가디슈>는 내전 상황이라는 혼란 속에서 고립된 이들의 생사를 건 탈출극이다. 여기에 남북 대치상황과 협력, 보편적인 휴머니즘까지 아우르고 있다. 무엇보다 총격을 뚫고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이 긴박하게 묘사된다. 생생한 현장감이 강점이다. 이를 위해 모로코에 1991년의 모가디슈를 재현했고, 300여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보조 출연자를 동원했다.
당시 자료와 종군기자의 사진을 참고했고 소말리아인의 경험담과 군사전문가, 아프리카 관련 학과 교수 등의 자문을 거쳐 당시의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나 정부군의 폭압적인 진압 장면, 소총을 든 소말리아 소년들, 아수라장으로 변한 모가디슈 거리 등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내전 한복판에 들어간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탈출이 주된 소재이다 보니 인물의 서사나 감정선보다 사건이 중심에 놓였다. 사건을 이어가는 서사에 공을 들였고, 인물들의 개별 서사 대신 캐릭터에 집중했다. 현실에 안주하지만 따뜻한 심성을 지닌 한신성 대사나 들 떠 있는 듯한 강대진 참사관의 상반된 캐릭터를 어우러지게 하는 방식이다. 강대진 참사관과 공수철 서기관의 티격태격 장면도 영화를 입체적으로 이끈다. 여기에 남북 인물들간 대립구도도 절묘하게 배치했다. 한신성과 림용수의 연대, 강대진과 태준기의 날 선 대립 등은 극에 긴장감과 안정감을 배가한다.
무엇보다 후반부의 카체이싱 탈출 장면은 압권이다. 총격을 피해 안전한 장소까지 가는 과정의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이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반군의 총격을 피해 움직이던 이들은 정부군의 총격까지 받게 되는데, 이 과정의 긴장은 극에 달한다.

 

절제된 톤으로 감정 연출, 먹먹한 여운

유머와 감동, 눈물로 이어지는 공식을 따르지 않은 것도 미덕이다. 뜨거운 동포애에 기반한 억지 눈물을 짜내는 신파로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그만큼 절제된 톤으로 담백하게 극을 풀어내면서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성 대사의 “같이 살 방법이 있는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고 잡아주는 것, 함께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일이다.
마지막 장면의 시선도 눈길을 끈다.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 무사히 착륙한 남북 대사관 일행들은 서로 모른 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체제 대결이나 이념 대립 같은 언급 없이도 남북의 특수 관계를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다. 각자의 길로 흩어진 이들은 끝내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는 한국 대사와 북한 대사의 숏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편집했다. 서로 모른 척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향해 있는 시선이다. 먹먹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영화 <모가디슈>눈 전체적인 성취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평면적으로 묘사된 소말리아 상황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해적으로 유명한데, 이들이 해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기원이 이 내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다. 제국주의 침탈과 군부 쿠데타, 장기 독재, 내전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 구조적 배경보다 흡사 재난영화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혼란처럼 그려졌다. 반군이나 정부군의 경우도 똑같이 탈출 장벽으로 묘사됐다. 단순히 탈출극의 로케이션 장소로 소모된 느낌이다. 소말리아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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